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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소금 소금 김 원 순 간수가 모조리 빠져나간 소금자루는 바위처럼 단단했다. 언젠가 세면장 바닥을 바르고 남은 시멘트 포대가 딱딱하게 굳어 있었던 것처럼. 국산 천일염 100%라고 쓰인 붉은 글씨가 없었더라면 그것이 소금자루인지 얼른 알아보지 못하였을 것이다. 오며가며 나는 바윗덩이 같은 소금자루를 발로 툭툭 차거나 옆구리를 쿡쿡 쑤시곤 한다. 조금씩 부숴 놓아야지 배추나 생선을 절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보다 틈 하나 없이 엉겨붙은 소금들이 은근히 부러웠는지도 모른다. 세상이란 바닷물에 여태 부대끼며 살아왔지만 소금처럼 한데 엉겨서 살아보지 못했으니 말이다. 아마 내 삶의 간수들이 나를 가둬버렸기 때문일 것이다. 이웃의 아픔을 보고도 외면했거나 건성으로 대했던 일이며, 남의 불행을 보면서 마냥 행복해 했던 일.. 2022. 8. 5.
[스크랩] 2012 평사리 토지문학상 수필대상/장롱 속의 구두/최종희 장롱 속의 구두 최 종 희 휑한 기운이다. 주인을 떠나보낸 애절함이 집안 구석구석에서 맴돈다. 아버지의 손때 묻은 지팡이가 마루 끝에 덩그마니 쓰러져 있다. 책장 속의 빛바랜 고서에서 묵은 냄새가 폴폴 날린다. 오래된 사진첩에 흑백의 젊은 아버지가 밝은 미소를 보낸다. 장롱 문을 연다. 아버지를 감싸고 있던 옷들이 슬픈 듯 축 늘어졌다. 장롱 깊숙한 곳의 유품을 정리하는 손끝에 둔탁한 물체 하나가 와 닿는다. 뜻밖에도 까맣게 잊어버리고 있었던 새 구두다. 팔순이 넘은 아버지는 별다른 불편함 없이 노년을 보냈다. 노인들의 기력은 예측이 어려운지 하루가 다르게 쇠약해져 갔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지팡이를 의지하여 마실을 다녀오시곤 하였다. 그 기력마저 없어지자 과거인지 현재인지 오락가락하는 기억 속에서 대문 .. 2022. 8. 5.
[스크랩] 시를 퇴고하는 방법/ㄷ대학 보강 자료 시를 퇴고하는 방법_ㄷ대 보강 1. 시를 어떻게 고칠 것인가 - 역사 이래 퇴고의 어려움을 토로한 글은 수없이 많다. 시를 쓰는 것 못지않게 어려운 것이 퇴고다. - 퇴고를 잘하기 위해서는 역설적으로 처음부터 시를 제대로 써야 한다. 시를 고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잘못된 시 쓰기의 방법을 먼저 고쳐야 하는 것이다. - 때론 어느 정도 작품을 써본 지망생보다는 처음으로 시를 써보는 지망생들의 발전 속도가 더 빠른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다. - 퇴고의 과정은 기본적으로 군살빼기 과정이다. 곧 글의 다이어트인 셈이다. - 스티븐 킹은 ‘초고-10%=퇴고’라는 공식으로 글을 쓴다고 한다. - 생텍쥐페리는 “완벽함이란 더 이상 보탤 것이 남아 있지 않을 때가 아니라, 더 이상 뺄 것이 없을 때 완성된다.”.. 2022. 8. 5.
[스크랩] [수상자 인터뷰] 미당문학상 수상자 시인 나희덕 [수상자 인터뷰] 미당문학상 수상자 시인 나희덕 부수고 또 새로 짓는 시 … 매일 다른 심장으로 쓰겠다 나희덕은 시인의 운명을 맹수의 습격을 피해 자기 뿔을 나뭇가지에 걸고 잠을 자는 영양에 비유했다. 한 편의 시에 매달려 있다가 밤이 지나가면 다른 시로 위태롭게 이동한다. 그 점점이 모여 시인의 궤적을 만든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심장을 켜는 사람 나희덕 심장의 노래를 들어보실래요? 이 가방에는 두근거리는 심장들이 들어 있어요 건기의 심장과 우기의 심장 아침의 심장과 저녁의 심장 두근거리는 것들은 다 노래가 되지요 오늘도 강가에 앉아 심장을 퍼즐처럼 맞추고 있답니다 동맥과 동맥을 연결하면 피가 돌 듯 노래가 흘러나오기 시작하지요 나는 심장을 켜는 사람 심장을 다해 부른다는 게 어떤 것인지 알 수 없.. 2022. 8. 5.
[스크랩] 마경덕의 `빌려 쓰다` 외 6편?, 빛과 소리와 감정의 감별사 / 최선옥 시인 평론가 마경덕의 '빌려 쓰다' 외 6편 ​ ​빛과 소리와 감정의 감별사 ​ 최선옥 (시인. 평론가) ​ ​ 인간의 일상은 비슷한 듯 다르다. 보이는 외양은 거기서 거기 같지만, 내면적 관심사들은 사적인 영역에 존재하기에 서로 다를 수밖에 없다. 그 다름을 재빠르게 간파해 문학으로 이동시키는 이가 시인이다. 시인은, 사적인 영역의 관심사들을 그 자체로만 보지 않는다. 자신만의 독특한 안목으로 접근, 대상에 동화되어가면서도 이질적인 무언가를 발견해낸다. 그리하여 획득하는 시적 리얼리티가 감동으로 연결되는 것이다. 사물을 보이는 그대로 옮겨오는 사실성은 감동과 멀다. 이는 시적으로 변형시켜야 한다는 것, 경험적 사실에 시인의 시적 정서와 사유를 덧입혀야 함을 뜻한다. 시적 대상을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달라지지만, 표.. 2022. 8. 5.
[스크랩] [2015 근로자문학상 은상] 풍란 / 권동욱 [2015 근로자문학상 은상] 풍란 권동욱 지난겨울, 열린 창으로 한파가 들었다. 창문 단속을 잊는 바람에 풍란이 밤새 추위에 떨었다. 매서운 바닷바람을 맞아도 잘 자란다기에 별 일이야 있겠냐고 생각하면서도 은근히 마음이 쓰였다. 한동안 베란다를 들락거리며 풍란의 상태를 살폈다. 풍란이 내 집에 온지도 어언 10여 년이다. 선물로 받은 화분에는 샅을 드러낸 풍란 두 뿌리가 돌덩이에 묶여 있었다. 번거로운 것을 싫어하는 내 성격 탓에 처음에는 별 흥미를 느끼지 못했다. 그런데 영양도 없는 돌에 뿌리를 붙이고 있는 꼴을 보자니 자식인 듯 애처로웠다. 금방이라도 탈이 날 것 같이 불안했지만 다행히 봄과 여름을 무사히 견디더니 새 뿌리를 내려 주었다. 국수 가락같이 희고, 통통한 뿌리는 돌덩이에 붙으며 차츰차츰.. 2022. 8.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