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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시 , 감상시3

[스크랩]현대시 100년 위안의 詩_김선우_‘목포항’ 현대시 100년|위안의 詩_김선우_‘목포항’ 080725 목포항 김선우 돌아가야 할 때가 있다 막배 떠난 항구의 스산함 때문이 아니라 대기실에 쪼그려앉은 노파의 복숭아 때문에 짓무르고 다친 것들이 안쓰러워 애써 빛깔 좋은 과육을 고르다가 내 몸속의 상처 덧날 때가 있다 먼 곳을 돌아온 열매여, 보이는 상처만 상처가 아니어서 아직 푸른 생애의 안뜰 이토록 비릿한가 손가락을 더듬어 심장을 찾는다 가끔씩 검불처럼 떨어지는 살비늘 고동소리 들렸던가 사랑했던가 가슴팍에 수십개 바늘은 꽂고도 상처가 상처인 줄 모르는 제웅처럼 피 한방울 후련하게 흘려보지 못하고 휘적휘적 가고 또 오는 목포항 아무도 사랑하지 못해 아프기보다 열렬히 사랑하다 버림받게 되기를 떠나간 막배가 내 몸속으로 들어온다 시집 『내 혀가 입 속에 .. 2022. 8. 5.
2014 강원문학 신인상 당선작 2014. 8. 19. 2014 강원문학 신인상 당선작/엄인옥 동강 경춘아리랑 외 4편 낙화암이 곁을 준 “월기경춘순절비” 그 머리 위로 해가 뉘엿뉘엿 질 때 붉은 낯 감춘 장옷 자락의 긴 그림자 거문고자리가 머물다간 흔적과 생의 날刀을 세워 동강에 뛰어든 그녀의 손을 놓아버린 시간을 지운다 동강 저편 나룻배에 감춘 안의 소리 비오리가 전하는 전설 들을 때 어둠이 그녀의 정맥 같은 물 위를 걷는다 명은 인중의 길이 속에 이미 정해졌다 땅을 비켜 붉은 진흙보다 더 차진 눈물로 그녀가 바위 벼랑을 어루만지면 별마로천문대는 하늘로 가는 길 연다 먼 길 돌아와 물 만나게 되는 그 날 달은 길을 열어 목을 축이는 밤이다 노송은 거꾸로 서서 아무렇지도 않은 듯 달이 추는 마지막 춤사위 별빛 사랑가 듣는다 노옥은 그 가락이 지는 자리에 서.. 2022. 8. 5.
김수영 눈은 살아 있다. 떨어진 눈은 살아 있다. 마당 위에 떨어진 눈은 살아 있다. 기침을 하자 젊은 시인(詩人)이여 기침을 하자. 눈 위에 대고 기침을 하자. 눈더러 보라고 마음놓고 마음놓고 기침을 하자. 눈은 살아 있다. 죽음을 잊어 버린 영혼(靈魂)과 육체(肉體)를 위하여 눈은 새벽이 지나도록 살아 있다. 기침을 하자 젊은 시인이여 기침을 하자. 눈을 바라보며 밤새도록 고인 가슴의 가래라도 마음껏 뱉자. -(1956)- 2022. 8.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