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시 창작법과 교수9

불쾌했던 감정 묘사하기 불쾌했던 감정 묘사하기 김선옥 쑥 뜯을 때의 일을 지금도 생각하면 불쾌했던 감정을 지울 수 없다. 해마다 봄이 되면 강화에 쑥을 뜯으러 오는 친구가 있다. 다른 곳에도 쑥을 뜯을 순 있지만, 올봄에도 강화 쑥은 약쑥이라 좋다며 오겠다는 전화가 왔다. 그날은 마침 인부를 얻어 고구마를 심는 날이라 간식도 주어야 하고 잔심부름을 하기에 미룰 수도 있었지만 서로 시간 맞추기가 어려우니 내킨 김에 오라고 했다. 쑥이 많은 곳으로 데려다 주고 집으로 달려와 간식을 내 다 준 후에 그곳으로 가 보니 이 정도만 하겠다고 한다. 이유인즉 농약을 준 것 같다는 것이다. 고구마를 심기 위해 황토를 들인 밭이라 참쑥이 무더기로 자라고 있는 깨끗한 쑥이었다. 잡풀이 없고 쑥만 있으니 농약을 주어서 그런 것으로 알고 있는 것 .. 2022. 7. 21.
[스크랩] 이규보의 시학/푸른솔문학회 펌 시를 어떻게 쓸까? : 이규보의 〈論詩中微旨略言〉/ 정 민 고려의 문호 이규보(李奎報, 1168-1241)의 〈시의 깊은 뜻을 간추려 논함(論詩中微旨略言)〉은 시창작의 과정을 단계별로 설명한 글이다. 800년 전 시인이 말한 시창작상의 여러 문제를 오늘에 비추어 읽어보면 어떻게 읽힐까? 따라 읽기 방식으로 이규보의 글을 음미해보기로 하자. [1] 대저 시는 뜻이 중심이 된다. 뜻을 펼치는 것이 더 어렵고, 말을 엮는 것은 그 다음이다. 뜻은 또 기(氣)가 중심이 된다. 기의 우열에 따라 시가 깊어지기도 하고 얕아지기도 한다. 그러나 기는 하늘에서 나온 것이어서 배워서 얻을 수는 없다. 그래서 기가 저열한 자는 글을 꾸미는 것을 잘하는 것으로 알고, 뜻을 앞세우는 법이 없다. 대개 그 글을 아로새기고, 그.. 2022. 7. 21.
처음 시를 배울 때 고쳐야 할 표현 1/도종환 1. 피상적 인식에서 벗어나야 한다 아이들이 그림 그리는 모습을 살펴보면 재미있는 현상을 발견할 때가 있다. 화폭에 산, 나무 들, 꽃, 하늘, 사람의 밑그림을 연필로 그려놓고, 나무는 고동색, 나뭇잎은 초록색, 하늘은 푸른색 이런 식으로 화폭에만 시선을 고정시킨 채 색칠을 해 나간다. 아이들 머릿속에는 이미 선험적으로 얼굴은 살색, 머리는 까만 색 땅은 황토색으로 칠하면 된다는 생각이 들어 있는 경우가 있다. 앞에 있는 나뭇잎 색깔이나 하늘의 변화하는 빛깔을 잘 관찰하면서 그리는 아이는 별로 없다. 그렇게 그려놓은 그림들은 그래서 늘 그게 그것 같고 새롭지 않다. 나무둥치에 고동색을 가득 칠해 놓은 아이에게 고동색 크레용을 들고 가 나무에 직접 대보게 하며 "어때, 색깔이 같니?" 하고 가르치는 선생님.. 2022. 7. 21.
처음 시를 배울 때 고쳐야 할 표현 2/도종환 세상의 모든 아내들은 한 꽃에 꽃잎 같은 가족을 둘러 앉혀 놓고 지글지글 고깃근이라도 구울 때 소위 오르가슴이란 걸 느낀다는데 노릇노릇 구워지는 삼겹살 그것은 마치 중생대의 지층처럼 슬픔과 기쁨의 갖가지 화석을 층층히 켜켜로 머금고 낯뜨거운 오르가슴에 몸부림친다 그 환상적인 미각을 한 점 뜨겁게 음미할 새도 없이 식구들은 배불리 식사를 끝내고 삼겹살을 구워 먹은 뒤 폐허 같은 밥상은 .......... 헐거운 행주질 한 번으로도 절대 깨끗해지질 않는다 하얀 손등에 사막의 수맥 같은 파란 심줄을 세우고 힘주어 밥상을 닦는 아내의 마음속엔 수레국화 꽃다발 사방으로 흩어지고 - 「돼지」 중에서 식탁에 둘러앉은 가족의 모습을 무어라고 표현하고 있는가. '한 꽃에 꽃잎 같은 가족', 그렇게 표현했다. 비유가 신선.. 2022. 7. 21.
처음 시를 배울 때 고쳐야 할 표현 3/도종환 또 다음과 같은 시를 한 편 더 보자. 이름보다 먼저 그대 귀를 찾았을 죽도록 사랑한다는 말이 더한 부름으로 버거웠던지 유령처럼 스르르 가버렸다 - 「겨드랑이에 각개표로 손을 끼워 넣는 건 그 어느 한쪽의 필요만은 아니다」 이 시의 시적 자아는 죽도록 사랑한다는 말이 버거워 사랑하는 사람이 떠나 버린 빈 공간에 서 있다. 이 시의 제목대로 '겨드랑이에 각개표로 손을 끼워 넣는' 것은 어느 한 쪽의 필요에서가 아니듯 서로 따뜻한 온기가 필요해 사랑했을 텐데 그냥 황망히 떠나 버린 것을 못내 받아들이기 어려워하는 심정이 나타나 있다. 그런데 제목으로 표현하고 있는 것도 내용의 한 부분으로 들어가야 할 것 같고, 거기에다 원래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더해서 한 편의 시로 자기 감정을 제대로 형상화하려는 노력이 .. 2022. 7. 21.
처음 시를 배울 때 고쳐야 할 표현 4 /도종환 4. 관념성과 불필요한 난해성에서 벗어나야 한다 나는 간다 무한한 공간 속으로 닫혀 있는 창을 열고 雨의 장막을 넘어 나는 간다 영원한 침묵 속으로 저자 거리의 소음을 뒤로 하고 검은 숲 오솔길을 걸어 나는 간다 절대의 고독 속으로 닫혀 있는 창 너머로 누구와도 아닌 홀로서 순수 이전으로 돌아간다. - 「순수 이전으로」 a--a'--a" 형식으로 씌어진 이 시는 '나는 간다, 어디 어디로.' 의 기본 골격을 갖고 있다. 그리고 시적 화자인 내가 가는 곳은 '무한한 공간' '영원한 침묵' '절대의 고독' 속이다. 그곳을 작자는 순수 이전의 곳이라고 한다. 순수 이전의 곳, 그러니까 지금 순수한 곳보다 훨씬 더 깨끗하고 때묻지 않은 그 어떤 곳으로 간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그러나 그 순수 이전의 곳이라는 .. 2022. 7. 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