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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이모저모53

[스크랩] 함민복 시 모음 * 가을 당신 생각을 켜놓은 채 잠이 들었습니다 * 묵상 삼백 년 묵은 느티나무에서 하루가 맑았다고 까치가 운다 잡것 * 詩 아무리 하찮게 산 사람의 生과 견주어보아도 詩는 삶의 蛇足에 불과하네 허나, 뱀의 발로 사람의 마음을 그리니 詩는 사족인 만큼 아름답네 * 뻘 말랑말랑한 흙이 말랑말랑 발을 잡아준다 말랑말랑한 흙이 말랑말랑 가는 길을 잡아준다 말랑말랑한 힘 말랑말랑한 힘 * * 함민복시집[말랑말랑한 힘]-문학세계사 * 농촌 노총각 달빛 찬 들국화길 가슴 물컹한 처녀 등에 업고 한 백 리 걸어보고 싶구랴 * 가을 꽃 가을 나비 너무도 오래 당신을 찾아 날고 날았지요 견디고 견디다 나도 모르는 사이 꽃이 되고 말았네요 모든 게 깊어진 가을, 하오나 하직하면 저승의 봄잔치 푸르겠지요 * 마흔 번째 봄 .. 2022. 8. 5.
콩새 2022. 8. 5.
후회없는 사랑 후회없는 사랑 푸름 / 김선옥 사는 동안 스치고 가는 것이 하나 둘이 아니듯 설혹, 그대 떠난다 하여도 미워할 수 없습니다 바람이 성긴 대숲에 불어와도 지나가면 그 뿐이라며 그렇게 돌아선다 해도 운명으로 다가온 당신이기에 숙명으로 생각하렵니다 지금의 행복 놓을 수 없지만 가슴을 도려내는 듯한 이별의 순간이 온다 하여도 단 한 번의 참사랑을 가르쳐준 당신이기에 이별보다 더 아픈 그리움에 견딜 수 없는 날이 올지라도 아낌없이 사랑했기에 후회는 하지 않으렵니다. 2022. 8. 5.
[스크랩] 한 잎의 여자 1 / 오규원(낭송/단 이) 2013. 12. 12. 한 잎의 여자 1 오규원(낭송/단 이) - 언어는 추억에 걸려있는 18세기형 모자다 나는 한 女子를 사랑했네. 물푸레나무 한 잎 같이 쬐끄만 女子, 그 한 잎의 女子를 사랑했네. 물푸레나무 그 한 잎의 솜털, 그 한 잎의 맑음, 그 한 잎의 영혼, 그 한 잎의 눈, 그리고 바람이 불면 보일 듯 보일 듯한 그 한 잎의 순결과 자유를 사랑했네. 나는 정말로 한 女子를 사랑했네. 女子만을 가진 女子, 女子 아닌 것은 아무것도 안 가진 女子, 女子 아니면 아무 것도 아닌 女子, 눈물 같은 女子, 슬픔 같은 女子, 病身 같은 女子, 詩集 같은 女子, 영원히 나 혼자 가지는 女子, 그래서 불행한 女子. 그러나 누구나 영원히 가질 수 없는 女子. 물푸레나무 그림자 같은 슬픈 女子. 한 잎의 여자 2 - 언어는 겨울날.. 2022. 8. 5.
제2회 경북일보 문학대전 동상 이끼/정성희 (제2회 경북일보 문학대전 동상) 어디선가 엄마 냄새가 훅 끼쳐온다. 한적한 모퉁이를 돌다가 걸음을 멈칫한다. 음지에서 거적대기 하나 없이 맨살 부비며 살아가는 한 무리의 초록 잎새에 시선이 모아진다. 척박한 땅에 납작 엎드린 이끼를 보는 순간, 가슴속에 싸한 바람이 훑고 지나간다. 그래서일까, 집에 돌아와서도 마음은 그곳 언저리를 맴돈다. 언제부터인가 어느 누구의 눈길도 닿지 않은 이끼가 애처롭게 다가왔다. 손 끝에 만져지는 이끼의 짙은 세월이 는개처럼 내 가슴에 내려앉은 것도 그 즈음일 게다. 남을 끌어당기는 별난 미색이나 유려한 말주변도, 야단스런 겉치레도 하지 않는 이끼 옆에 기웃대는 그림자가 있을 리 만무하다. 사람들로부터 밀려나고 버림받은 이끼는 내게 있어 그저 구석 한 켠에 방치.. 2022. 7. 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