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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 편지 푸름/김선옥 가을아 넌 누구길래 이맘때만 되면 자물통으로 채워놓은 것 같던 가슴 조여 놓았던 마음도 자물쇠처럼 풀어놓을 수 있니 눈부신 햇살 가닥가닥 색실을 뽑아 잎새마다 곱디곱게 수놓아 마음을 설레게 하는 거니 가을아 넌 누굴 기다리길래 온 산마다 여기저기 꽃등을 걸어 놓는 거니 가을아 너를 생각하면 행복하고 너를 바라보면 황홀하고 너를 부르면 어느새 눈물이 핑 돌아 흘러가는 구름도 멈짓, 뒤돌아 본다 2019/8/25 2022. 8. 27.
감자를 먹으며 감자를 먹으며 김선옥 오일장에 간 엄마 기다리며 해 질 녘 방 한구석에 여섯 자식 쪼그리고 있던 날처럼 깜깜한 땅속 올망졸망 뽀얀 속살 드러낸 감자 감자꽃처럼 보라색 고름이 있는 하얀 저고리 입던 누이 돌림병으로 혈육의 정 끊어 낸 가난과 함께 오던 7월이 되면 생각나 눈물 난다 2022. 8. 27.
봄바람 봄바람 김선옥 화냥기를 숨길 수 없는 봄 바람은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햇살을 베어물고 산과 들을 들썩이게 하더니 여기저기 생명을 잉태한 대지가 출산 준비로 통증을 겪는다 겨우내 움추렸던 몸을 털어내며 잎눈과 꽃눈을 키워가는 나목의 몸짓 수액을 자아올린 봄의 사타구니에 매달린 것들이 고개를 들고 술렁이는 소리 초록은 잠시, 넋을 놓고 귀를 자우린다 2022. 8. 27.
못다한 사랑 못다한 사랑 푸름/ 김선옥 빠알간 고추 한 마당 가득 가을 햇살 쏟아부어 사랑 채우고 말 없이 떠난 그대 깜깜무소식 사스락 사스락소리 님의 기척인가 애틋한 사랑 가슴속에 퍼 담고 가랑잎 구르는 소리 임의 속삭임 둥근달 그네 뛰는 나뭇잎 사이로 윙크하던 그대 모습 보일 듯 말듯 임 오실 제 어두운 밤길 열어다오 2022. 8. 16.
별 <4 > 별 푸름/ 김선옥 가슴에 스며드는 별 무리 나를 위한 당신의 선물인가요 당신이 밝혀준 초롱불 만으로도 내 영혼의 거실은 가득합니다 밤마다 달콤한 속삭임 이별없는 사랑에 나는 행복합니다 시리도록 보는 그 눈빛 그 안에 나는 당신의 포로 창문을 열면 또ㅡ루루 은빛 구슬 구르는 소리 당신이 불러주는 세레나데 사랑합니다. 당신을.... 2022. 8. 16.
시월의 마지막밤 의 향연 시월의 마지막밤 의 향연 푸름/ 김선옥 너무 황홀한 밤이었습니다 정말 잊지 못할 사랑이었습니다 불타는 사랑 마지막이 될 거라고 정녕 전해주는 이도 없었습니다 피에로 의 어릿광대 채색 옷 입고 금수강산 그네줄에 춤추고 있을 때 오가는 길손들 삼삼오오 모여들고 한평생 그렇게 행복할 줄 알았는데 아름다운 오케스트라 출현하던 밤 이날의 아픔을 토해내는 음률은 님의 흐느끼는 소리임을 눈치챘습니다 달님도 차마 눈을 감은 시월 마지막 밤의 향연 그날의 전주곡이 다하기 전에 안녕 이란 말도 못한 채 사랑하는 임은 그렇게 가고 말았습니다 다홍치마 끝자락에 흔적만 남겨놓고. 2022. 8. 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