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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의 특성과 본질 바람의 특성과 본질                                     푸름/일심 김선옥  겨울바람이 지나간 흔적이 강가나 호수에 무늬로 그려져 있다바람은 요술쟁이다지천에 향기가 나는 건 꽃바람이 지나간 자리부드러운 봄바람은동글동글한 무늬를 그리는훌륭한 화가이기도 하다세찬바람은 건축가이다물속에 잠겨 있는 갈대로 세모 네모 기초로 기둥을 세워 놓는다 바람은 양면성이 있는 인간과 닮은 꼴끝내, 자연으로 돌아가는 순리가 아니겠는가본성이 드러낼 때 보면칼칼한 양념이 잘 버무려진알싸하면서도 톡 쏘는 그 맛 같다 2024. 1. 26.
함박눈 내리는 날 함박눈 내리는 날 푸름/일심 김선옥 문득 꺼내보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책갈피처럼 접어두었던 내 고향 추억을 이런 날은 함박눈이 내리는 날입니다 언제나 허기진 듯 황소 입처럼 벌리고 있는 아궁이엔 타닥타닥 청솔가지 타는 소리 관솔 내음이 온 방안을 안개처럼 휘돌아 향수처럼 코끝에 분사되곤 했습니다 가쁜 숨 몰아쉬며 내 고향으로 달려갑니다. 묻어두었던 지난날이 금세, 눈보라처럼 가슴을 휘몰아칩니다 솔가지에 앉은 함박눈이 추억의 무게 많큼이나 무겁습니다 언제라도 달려가고픈 아버지의 숨결이 기다리고 있는 내 고향 당진입니다. 2024. 1. 24.
동백꽃 같은 그리움 동백꽃 같은 그리움           푸름/일심 김선옥 님이 오실 것 같아동백꽃방석을 깔아 놓았습니다.바람 결에 오시려나이제나 저제나 기다립니다. 임 그리는 마음에 동박새의 울음도 서럽습니다. 하 그리워벙그는 마음은 붉은동백입니다.  2023.12/5 여수 동백섬에서 2023. 12. 10.
하화도下花島 하화도下花島               푸름 일심 김선옥 천년 만년 다소곳이 앉아 님을 기다리던 꽃섬 굳게 닫혀 있던 문이 열리던 그날오랜 깊은 잠에서 깨어나며하화도는 하르르 웃었다 춘하추동계절 꽃들이 님 맞이할 준비로새벽이슬 한모금 목을 축인 후에몸 단장한다 빨주노초파남보이 겨울 낭자하게 흐드러지진 않았지만채색 옷을 입고 찾아온 여행객들이  꽃을 대신해 주니활짝 웃어 주는 아랫 꽃섬 ★.12월 5ㅡ7 (2박3일) 여행 2023. 12. 10.
반달 동치미를 먹다 반달 동치미를 먹다           푸름/일심 김선옥  천길 땅속 깊은 곳에서 퍼올린 암반수 같은 상큼한그 맛 앙증맞은 백자 항아리에 담긴 반달 동치미가정갈하게 밥상에 올려져 있다 옹달샘에 빠진 반달을 건져 올리 듯이수저로 떠 올린 반달 동치미  입안에 넣는 순간 톡 쏘는 상큼한 그 맛은 황홀한 첫사랑이어라 2023. 11. 28.
배추 꿈을 이루다 배추 꿈을 이루다             푸름/일심 김선옥 누군들 꿈이 없을까마는여름 내내 오고 가는 발자국소리 들으며이파리 낱장마다오롯하게 담아 온 꿈이 이루어지는 날만을 기다려왔다 가을볕에 달달하게 익어간 사랑노란 국화 닮은 꽁꽁 숨겨둔 속살 드러내 목욕 재계하고 연지곤지 분단장에 홍시 같은 얼굴 다홍치마에 초록 고름으로 앙가슴 싸매고종갓집 투박한 항아리 대신고급빌라 안방에 다소곳이 앉아 있는 배추 새색시 2023. 11. 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