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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방

쫑이

by 푸름(일심) 2022. 7. 21.

쫑이

                                                        김선옥

 

                      

길을 가다보면 가끔 자기를 버린 주인을 찾아 헤매이는 유기견을 심심찮게 볼 수있다.

길을 가다가 유기견을 보면 차를 세우고 온갖 개이름을 다 부르며 좇아 가지만

그 애들은 한 번도 나를 반기거나 따라온 적이 없다

물론 주인도 아닐 뿐더러 낯설기 때문에 경계의 눈빛으로 피하는 건 당연하다

 어느날 읍내에 볼일이 있어 승용차를 타고 큰길로 나섰는데.

조그마한 개가 여느 때처럼 왔다갔다 길을 찾고 있는 것를 발견하였다.

소털색의 털은 미용을 해 주었는지 아니면 노화로 빠졌는지 듬성듬성 살갗이 다 보였으며 꺼칠한것이

 한눈에 보아도 병든것이 틀림 없고 컹한 눈을 보니 며칠이나 밥을 굶고 길을 헤매인 것 같다

불쌍하기 그지 없어 얼른 차를 멈추고 갔다. 낯선 사람이 다가가니 힐끔거리며 서다 달리다

잡지도 못하고 볼일도 잊은채 허탈하게 집으로 돌아왔다.

 

 며칠후에  택배 부칠 일이 있어 대리점에 갈 일이 있었다

우리집에서 약 2km정도를 가야하는 거리인데

아풀싸~! 그때 보았던 애완견이 그곳에 있는 것이 아닌가. 

자초지종을 물어보니 어느 비 오는 날  비 맞은 생쥐처럼

들어와선 쫒아내도 막무가내로 나가지 않는다는 것이다

제집도 아닌데 탁배를 실는차 밑에 들어가서는 나오지 않는데 밥을 주면 먹고

다시 그곳으로 들어가 하루종일 꼼짝도 하지 않는 단다

 전 주인집이 탁배회사를 하였던가 아니면 운수업을 했던가.

대형차들이 들락거리는 것이 살던 곳과 비슷하니 찾아온게 아닐까?

안전하다고 찾아왔을텐데 이곳에서도 버림을 받을게 뻔한 일이다

대형 추럭은 계속 들어오고 나가서 위험하기 그지 없고 일손이 바쁜데다 귀찮고

여간 신경쓰이는게 아니어서 탁배사장이 자전거로 멀리 내다 버렸는데 다시 찾아왔다고 한다

다시 더 멀리 가서 버려야 할텐데 시간이 없단다. 누구가 가져갔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냥 두었다간 떠돌며 언제 어떻게 될지 불보 듯 뻔한 일이다

 

그 말을 듣는순간 망설임 없이 내가 데려다 키우겠다고 했다 

몸을 살펴보니 진드기가 까맣게 살갗 속에 있어 차라리 피부가 까만 개 같았다

사나워서 목욕시킬 엄두는 못내고 병원에 찾아가 수의사에게 보이니

병들어 버린 개를 이렇게 극진히 보살피는 정성이 나에게 오히려 고맙다며

이 개 종은 포메리언으로 수컷이며 10년은 족히 되었다고 했다

계속 약을 먹이고 부스럼 약을 발라줘도 차도가 없으니 큰병원에가서 정밀 검사를

받아보아야 알 일이지만 이런 경우는 너무 심해서 장담은 못한 단다.

 

이름을 "쫑"이라고 지어주었다.

그런데 어찌나 사납고 짖어대는지 누런 이빨을 내보이며 하루종일 짖어대는게 근처도 못오게 한다

이웃집 할머니가 쫓아와서 무안을 당하기도 했지만 어찌할 도리가 없다.

 그럭저럭 한 달이 되었다.

 간식도 사다 주고 사료도 주면서 정을 주니 어느정도 따르는 것 같아 안심이 되었다

. 먼저 주인이 많이 귀여워해 주었었는지

간식을 줄 때면 뱅그르 돌면서 안아 달라 궁둥이를 내 앞으로 밀면서 끙끙 대었다.

어느 정도 정이 들었나 싶어 끈을 풀러 놓으니 뒤도 돌아보지 않고

큰 길가로 쏜살같이 달려 어딘지도 모르게 달아나는 것이 아닌가.

천신만고 끝에 다시 집으로 데려 오길 몇 차례.차츰 그렇게 한 식구로 길들여져 갔다

 

쫑이는 상처가 많은 아이다. 어떤 사연이 있었는지 쫑이만 알겠지만

요즘 세상엔 부모가 자식을 자식이 부모를 버리는 세상이니 애완견 쯤이야 오죽하랴

인간들의 욕심과 횡포로 인해 말 못하는 동물들이 얼마나 학대를 받는가? 

애지중지 키우다가 여름 휴가철 피서갈 때면 시골로 데려와 버리고 가는 일이 특히 많다고 한다.

이제는 우리나라도 문화수준이 높아져서 애완견이나 반려견을 키우다 싫으면

이렇게 쉽게 버리는 이들이 있기에 병든 쫑이도 그렇게 버려진게 아닐까?

생각하면 쫑이에게 미안하지만 그래도 쫑이에겐 다행인지 나를 만났다.

.

쫑이가 온지 3년이 되었다 몇달을 더 살지는 모른다 상태가 늘 아슬아슬하기 때문이다

지난 겨울엔 위험한 고비를 넘겼는데 가까스로 소생한적도 있다

쫑이가 목숨이 다하는 날까지 나와 함께 살 것이다

생명이 다 할때까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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