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기행 후기
김선옥
글을 쓰는 이들의 단체에서 일 년에 한 번 정도 문학기행을 간다는 것은 의례행사 중의 백미이다.
한 달 전부터 계획하고 기다려온 문학기행. 장소는 충북 옥천에 있는 정지용 생가와 문학관, 육영수 생가.
그리고 충북 금산에 위치한 하늘물빛 정원에서의 시화 전시회가 있다.
당일 아침, 일기예보에서 말한 것처럼 비가 내리고 있다.
일찍 서둘러야 한다. 새벽 5시에 일어났다. 우리 한국예인문학은 전국구이기 때문에 애로사항이 많다.
그중에서도 행사 때 교통편이라던지 모임 장소를 물색하는데 여간 신경쓰이는게 아니다.
이번에는 관광차를 빌리지 않기로 하였기에 대중교통을 이용해야 한다
사무국장이란 이름이 때로는 짐이 될 때도 있다. 꼭 그런 건 아니지만 남다른 책임감과 봉사의 정신으로
먹거리를 조금 준비하고 기념 타올과 장기자랑 상품을 찬조하기로 되어 있다.
준비한 물건을 꼼꼼히 챙기고 새벽 문을 나선다. 양손에 짐을 들고 배낭을 메고
강화터미널로 간다. 인천가는 시외버스를 타고 2시간 30분 만에 인천터미널에서 대전 가는 버스를 갈아탔다
대전 터미널에서 회장님을 만나기로 사전 약속을 했다. 회장님이 오는 길이 막히는지
약속 시간을 훨씬 지나서 도착했다. 그런데 천창우 교수님이 서대전에서 기다린다는 전화가 온다
나를 태운 차는 다시 서대전으로 갔다. 시간은 흐르고 마음은 초조해진다
이미 몇몇 시인들은 정지용 문학관에서 기다린다는 전화를 한시간 전에 받았다
서대전에서 교수님을 태운 네비 아가씨도 마음이 조급한지 차를 돌리고 간 길을 또 가르켜 준다
비는 여전히 추적추적 내린다. 약속시간이 훨씬 지나서야 음식점에 도착했다. 미리 예약한 황태 두부전골로
점심을 먹고 정지용 문학관과 생가를 둘러본다. 마침 정지용 문학제가 열리고 있어서 타 문협에서도 왔는지
복잡했다. 거기서 500m 정도 거리에 있는 육영수 생가를 둘러보았다. 그곳을 빠져나와 황간역을 거쳐
노근리와 월류봉으로 지리를 잘 아는 정삼일 시인님의 안내를 받아 이동했다
황간역(黃澗驛)은 충청북도 영동군 황간면 마산리에 있는 경부선의 철도역이다.
1950년 6월 30일, 6.25 전쟁 때문에 이 역 역사가 소실되었던 아픈 역사(歷史)가 있다.
2016년 현재 쓰는 역사는 1988년 신축한 것으로 강병규 역장님이 사비를 들여 항아리에
문인들의 시를 써서 정원처럼 아담하게 꾸며놓은 곳이다. 강화시인 함민복 시인의 시도 있었다 .
소문이 나서 연중행사로 여기저기 단체에서 연주회나 시낭송, 음악회를 벌써 63회를 했단다.
아담하고 조용하고 깔끔하게 꾸민 인상이 깊어 오래도록 잊히지 않을 것 같다
월류봉으로 가는 길 옆에 노근리 학살사건을 기리는 평화공원이 있었다
1950년 7월 미군이 충청북도 영동군 황간면 노근리 철교 밑에서 한국인 양민 300여 명을 사살한 사건이다.
6 · 25 전쟁 발발 직후인 1950년 7월 노근리의 철교 밑 터널 속칭 쌍굴다리 속에 피신하고 있던 인근 마을 주민을
미군들이 무차별 사격을 가하여 300여 명이 살해되었다. 초입에 한국예인문학 정삼일 시인의시비가 자랑스럽게
놓여 있었다. 무고한 양민을 학살한 뼈아픈 곳, 역사에서나 배운 쌍굴이 총탄 자국 그대로 있어 그때의 처참한 광경이
연상되었다.
평화공원 중앙에는 어머니가 가슴에 총탄을 맞으며 어린 자식을 안고 있는 동상이 있었다. 봄비가 촉촉이 내리니
눈에 맺힌 빗방울이 마치 눈물이 맺힌 것 처럼 대롱대롱 맺혀 있어 어미의 눈물인 것 같아 가슴이 찡해옴을 느꼈다.
다음으로 월류봉으로 갔다.
월류봉은 절벽이 공중에 솟아 높고 수려하며 깎아 세운 듯 똑 바로 서 있는 월류봉 밑을
맑은 물이 휘어 감아 돌고 있어 한 폭의 산수화를 보는 듯했다.
달님도 쉬어간다는 충암절벽 아래로 맑은 물이 휘감고 있어 우암 송시열 선생도 한천 정사를지어
이곳에서 강학을 하였던 곳으로 유명하며 한천 팔경은 둥국여지승람에서부터 비롯된다.
동국여지승람의 문현상 기록은 심묘사의 사내 8경으로 기록 되어 있다.
금강하류의 끝자락에 위치한 어죽으로 유명한 식당에서 저녁을 먹고 숙소로 가서 여장을 풀었다
잠깐의 휴식후 간단한 술상에 과일이랑 다과상에 강원도 시인이 내 놓은 벚꽃 양주의 볼그스러한 빛은
마치 어릴적 수줍음을 많이 타던 열 일곱 곱단이 볼 같았다. 장기자랑으로 노래판이 벌어졌다.
상품이 걸린지라 한치의 양보도 없이 눈빛이 튀었다. 시상을 마친 후 예인의 지향해야할 점을 논의. 결의했다.
후담으로 이어진 이야기는 창밖의 봄비가 문을 두드릴 때에야 잠자리에 든 시간은 새벽 3시.
이튿날은 날이 개었다.
서울에서 남양주에서 새벽부터 달려온 두어명의 시인은 숙소에서 합류하고 광명시에서 오는 오시인은
바로 시화장소로 간다고 연락이 왔다. 꽃들 틈에 끼어 맘껏 뽐내는 시화. 시화속에서 웃고 있는 문인들의 얼굴이
하나하나 떠 오른다. 세상에는 많은 사람이 있고 단체나 모임도 많다. 그러나 같은 마음을 갖은 사람끼리의
여정의 하룻밤은 두터운 정을 쌓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간단한 조반을 하고 꽃보다 아름다운 시인들의 시가 하늘에 날개를 단 듯 출렁이며 춤추고 있는 물빛정원으로 가니
꽃과 시화와 정원이 한폭의 그림을 만들고 있다. 그속에 함께 어우러진 가족 나들이 인파는 시속에 묻혀
나비처럼 삼삼오오 짝을 지어 시화 곁에 머문다. 전날까지도 오던 비가 활짝 개인 화창한 봄날 물빛에 어리는
시화곁에서 감성어린 문인들은 추억의 인증샷을 찍고 있다. 세미나실에서 시인들의 낭송과 더불어 정지용 시
「향수의 변이』라는 주제로 천창우교수의 강의는 시간이 짧아 아쉬움을 남겼다.
뒤 이어 김민구 선생의 『역사 바로 알기』라는 강의도 있었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 했던가? 배에서 신호탄을 보내자 곧바로 한식인 한상차림으로 꿀맛 같은 점심을 먹었다.
5일 간의 아쉬운 시화 철수를 하고 커피솦으로 가서 서로의 정을 확인후 다음을 기약한다.
각자 일상의 생활의 터전으로 향하는 시인들의 뒷모습은 승리하고 돌아가는 개선장군 같은 또다른 모습으로
한국예인문학과 함께 영원히 기억될 것이다
2018년 봄 문학 기행을 다녀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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