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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방

아름다운 동행

by 푸름(일심) 2022. 7. 21.

아름다운 동행<기행문>

 

         

 

                                      김선옥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은 봄

움츠렸던 겨울, 두꺼운 옷을 벗어버리고 몸과 마음을 힐링하고 싶은

햇빛 좋은 3월 어느 날 반가운 전화 한 통이 왔다.

이런저런 안부와 함께 정창희시인님이 문인 몇 분과

부담 없는 만남을 같고 싶다는 것이다.

흔쾌히 추진하기로 하고 1박 2일 여행을 하기로 가닥을 잡았다

 

 7년 전인가? 글을 쓰는 사람이라는 이유로 인연을 맺어온 정 시인님이 초대하고 싶은 7명과

그 외 2명이 특별초대 되었다.

장소는 충남 태안군 소원면에 있는 정 시인님의 옛집이다.

가족. 친지. 지인들이 쉬고 갈 수 있도록 약간 개조한 시골의 전형적인 집이다

드디어 기다리던 3월17일에 만나기로 한 서울팀이(강화.인천.충북괴산,의정부) 시청역 2번 출구에서 출발하였다

목적지를 향해 달려가는 차 안에서 지금까지 몰랐던 정 시인님의 삶과 근황을 들을 수 있었다

그동안 병마와 싸우느라 고생을 많이 하셨고 지금도 회복 중이셨다.

가슴에 스탠드 2개와 한 번도 어렵다는 뇌수술을 2번씩이나 하셨단다. 2 번째는 의식을 잃은 채 구급차에 실려 갔는데

깨어나지 않아 의사가 가족들에게 마음의 준비를 하라는 경고까지 했었다고 했다.

 

 

천국과 지옥을 오락가락하셨다는 이야기를 할 때는 듣는 우리도 가슴이 먹먹했다

누구나 마찮가지겠지만 투병을 하는 동안 앞, 뒤 돌아볼 겨를없이 살아온 인생이 허무하게 느껴졌다 한다 

몇몇 분의 얼굴이 떠오르며 보고 싶어 눈물이 나더라며 그래서 오늘의 모임을 갖는다는 것이다

그 말을 듣는 순간 너무 무심했다는 것이 미안했다. 정 시인님은 조그마한 사업을 하신다.

전화를 했지만 통화가 안되었고 그때마다

외국 출장을 갔었다고 했는데 그 때마다 입원하셨던 것이다.

절대로 남의 신세를 지지 않는 분임을 알기에 더 이상 말씀도 드리지 못했고 은근히 야속하기까지 했다.

 

 또 한가지 비밀처럼 감추어 두었던 정 시인님의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

정 시인님은 본인이 낳은 아들 둘이 있다. 그런데 우연한 인연으로 고아원에서 2살된 여아를 데려와

딸로 호적에 올리고 대학까지 교육시켜 근래에 시집 보낸 사실을 알게 되었다.

사람은 보이는 단면에 판단을 하고 점수매김을 하는 경향이 있다.

그런데 이렇게 모르는 부분이 있을 때는 놀람과 존경스러움이 생긴다. 그야말로 정 시인님이 그런 분이시다.

정 시인님의 근황을 들으며 가슴이 먹먹해지며 눈시울이 붉어지는데 어느새

안양에서 출발한 시인들과 합류하기로 한 행담도 휴게실로 승용차는 미끄러지듯 들어가고 있었다

 

태안까지 4시간여를 단숨에 달려갔다. 도착해보니 김해에서 출발한 박재근 시인님은 한 시간 전에 오셔서 기다리고

특별히 초대된 2분 중 한 명인 문 성희 시인님도 대구에서 오고 있다는 전갈이 왔다

1시 30분에 서울 안양.김해.대구에서 오신 분들과 박경원의 『만리포사랑』노래 시비가 있는 주변 횟집에서

우럭 매운탕으로 점심을 먹었다.

만리포 해변를 거니는 문인들 얼굴이 모래사장에 반사 되어 봄꽃처럼 환하다.

숙소로 돌아와 여장을 푼 문인들의 이야기꽃은 밤 가는 줄 모르고 민 병갈 수목원의 목련처럼 피어났다.

인생 경륜이 묻어난 그들의 대화는 끝이 없다. 행복을 추구하며 쫓아가는 인생을 모두 내려놓을 때

거기에 행복이 있음을 공감하시며 이렇게 살자고 결론을 지으며 손뼉를 쳤다 

 

 

다음 날 이들의 한결같은 마음을 읽으며 아침을 먹고 간 월암으로 향했다.

투병중 임에도 정창희 시인님의 초대로 옛정이 더욱 결속되며 인생의 『참다운 삶』과 『아름다운 동행』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다.

짧은 여정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은 아쉬웠지만 다음을 기약했다.

 오롯한 정을 듬뿍 안겨주신 문인들과의 풋사랑 같은 추억은 인생 페이지에 은행잎처럼 꼭 끼워둘 것이다

꿈결 같은 아쉬움을 아는지 작별할 때쯤부터 추적추적 내리는 비는 태안에서부터 따라와

집 앞 대문 밖을 서성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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