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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시보관함

시집 한권

by 푸름(일심) 2022. 7. 24.

시집 한권

푸름/김선옥

 

어느 시인의 시집 한 권

눈 안에 까만 점들이 살아

때로는 체면에 걸린 듯 출렁이며

잠수하는 시구들

무한의 자유에 든다

 

페이지마다

맵씨.솜씨.말씨가

섬섬옥수

하얀 소반에 꽃으로 놓여

가지런히 빚어놓은

송편 같은 정갈함 속에

강물처럼 흐른다

 

명주 타래 풀듯

써 내려간 시어 속에

내 삶이 거기

그의 삶이 거기

죽음과 삶, 사랑과 그리움

우리의 생 또한

거기 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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