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시 창작법과 교수

불쾌했던 감정 묘사하기

by 푸름(일심) 2022. 7. 21.

불쾌했던 감정 묘사하기

                                           

                                 

                                    김선옥

 

 

  쑥 뜯을 때의 일을 지금도 생각하면 불쾌했던 감정을 지울 수 없다. 해마다 봄이 되면 강화에 쑥을 뜯으러 오는 친구가 있다. 다른 곳에도 쑥을 뜯을 순 있지만, 올봄에도 강화 쑥은 약쑥이라 좋다며 오겠다는 전화가 왔다. 그날은 마침 인부를 얻어 고구마를 심는 날이라 간식도 주어야 하고 잔심부름을 하기에 미룰 수도 있었지만 서로 시간 맞추기가 어려우니 내킨 김에 오라고 했다. 쑥이 많은 곳으로 데려다 주고 집으로 달려와 간식을 내 다 준 후에 그곳으로 가 보니 이 정도만 하겠다고 한다. 이유인즉 농약을 준 것 같다는 것이다. 고구마를 심기 위해 황토를 들인 밭이라 참쑥이 무더기로 자라고 있는 깨끗한 쑥이었다. 잡풀이 없고 쑥만 있으니 농약을 주어서 그런 것으로 알고 있는 것 같아 설명을 해주며 함께 뜯어 주었다. 다른 장소로 가는 중에도 다시 물어본다. 자리를 옮겨서도 괜찮을까? 하며 나를 쳐다본다. 이곳은 주인이 살고 있지는 않으나 생수를 보관하는 창고 주변이고 모, 내기 전에는 어느 장소이건 농약을 살포하지 않는다고 말해주었다. 쿡쿡 눌러 한 포대를 뜯었다. 친구가 집으로 가는 도중에 전화가 왔다. 남편을 바꾸어 달라며 정말 농약을 주지 않은 것인지 물어보아야겠다는 것이다. 세 번씩이나 확인을 한 것도 모자라 또 확인해야겠다는 말에 발끈 화가 치밀었다. 나를 못 믿는 것 같아 너무 불쾌하였다. 어이가 없었다. 그렇게 의심스러우면 다 버리면 되지 않겠느냐며 전화를 끊어 버렸다. 바쁜 중에도 점심을 사주고 쑥을 뜯어주고 성의를 다 했는데 후회가 들 정도였다. 친구는 결벽증이 있고 간이 안 좋으며 동창끼리도 내숭 과로 통하는데 유달리 나에게는 각별하게 해서 가까이 지내는 편이었다. 작년에는 없는 시간을 내서 쑥을 한 포대 뜯어 보내기도 했었다. 나는 두루뭉술한 것은 싫어하는 성격이다. 그런데 여러 번 확인하고도 꺼림직한지 또 전화하여 짜증이 났다. 두어 달이 지났지만, 그때를 생각하면 지금도 부아가 나고 불쾌했던 감정을 지울 수 없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