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농민신문 신춘문예 시 당선작/ 봉윤숙
장독대가 활짝 피었다
8월의 뒤란은 출출하다
태양이 볼륨을 높이다가
긴 치맛자락 끌고 내려오면
슬픔도 허기 채워 가라앉고
그 반대쪽으로 풀벌레 소리가 화창하다
소란은 발가락을 꼼지락거리게 한다
그러나 나의 발걸음을 재촉하진 말자
살금살금 고민하며 다가오는 잎새
그 잎사귀 몇 잎 입에 물면
바람의 손가락도 짭조름해진다
빨랫줄 옷가지들이 바람을 몹시 귀찮아한다
옷가지들에 쫓겨난 바람이 장독대를 드나들며
뒷짐 지고 하늘바라기를 하거나
기어오르는 담쟁이 넝쿨 담벼락에 주저앉거나
풍경 속으로 그림자를 흐느적거리며 사라지게 한다
땡볕이 넓적해지면 계절이 새롭게 열린다
빛들도 숙성되며 바스락거리는 동안
내 인생의 무늬도 옅어지는 것은 아닌지
찬란한 정오
장독대에 나를 활짝 펼쳐 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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