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순이
꽃순이
3년 전 어느 날이었다, 겨울 추위가 좀처럼 물러나지 않는 이른 봄날 우리 집에 손님이 찾아들었다. 그는 돌담 옆 양지쪽에 미동도 하지 않고 쓰러져 있었는데 모습이 직감으로 살아있다면 아주 먼 길을 가다가 잠시 쉬고 있거나 더 갈 수 없어 포기했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그의 옆에 가만히 앉아 손끝으로 툭 건드려 보았다. 약간의 미동과 함께 아주 작은 신음소리를 내고 있었다. 살아있었다,
살그머니 일으켜 세웠다, 그는 일어나는듯하더니 이내 주저앉아버렸다, 깃털이 듬성듬성 빠져있고 축 늘어진 날개 한쪽은 뼈가 부러진 모양이다. 주둥이 주변도 헐어있었으나 부리는 온전하였다. 살그머니 품에 앉았다. 생각 외로 가벼웠다.
품에 든 그는 이내 그들의 특유인 두 다리를 제 몸속으로 감추어야 하는데 무언가 이상하여 자세히 보니 한쪽 발목 조금 위쪽이 잘려나가고 없었다. 오래된 듯 이미 그 주위는 살이 엉켜븥어 딱딱하게 굳어있었다.
죽음 직전의 하찮은 동물에게도 인간의 본성이나 여자의 모성애가 발휘된다는 사실을 나는 그때 실감했다. 살려야 한다, 부랴부랴 마당한쪽에 그를 앉혀놓고 손 빗질로 흐트러진 몸매를 고루 쓰다듬어 안정시킨 후 곧장 병원으로 데리고 갔다.
어떤 연유로 저 불구의 몸으로 어디에서 살아남았다가 여기까지 오게 되었으며.약육강식의 동물 세계에서 개나 족제비와 그 외의 천적과 한바탕 목숨을 걸고 싸웠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는데 의사가 환히 웃으며 그를 다시 내 품으로 안겨 주었다.
오는 길 내내 나는 피식피식 웃음이 나왔다, 애완용도 아닌 하찮은 꼬꼬 한 마리 살리려고 병원을 찾는 사람이 이 세상에 또 있을까?
그 후 그는 우리 집 식구들의 사랑을 독차지 했고, 가끔은 철없는 손주 놈에게 시달림을 받았으나 하루가 다르게 살이 오르고 처진 날개 한 쪽도 조금은 파닥이게 되었다. 잘린 발목에 다시 상처가 덧날까 폭신한 천을 겹겹 덧대어 골무 같은 형태의 신발도 만들어 신겨 주었는데 어쩌다 우리 집을 찾는 사람들이 꽃신을 신고 뒤뚱거리며 다니는 꽃순이를 보고 박장대소하다가 떨어뜨리고 간 배꼽이 한 소쿠리는될 것이다.
한 달 이 조금 지났을까? 어느 날 이었다, 건너 마을 약간의 친분이 있는 할아버지 한분이 찾아오셨다, 꽃순이의 주인 이었다, 사연인즉 개에게 물려 한쪽 발목이 잘려나가도 그런대로 살아나서 잘 지내왔는데 어느날 없어져 잊고 살았는데 소문에 한쪽 다리가 없는 닭 한마리가 꽃신을 신고 윗동네 00집에서 살고 있다기에 직감으로 우리 집 닭이구나 생각되어 찾아 왔다는 것이다.그래서 돌려드리는 수밖에 없었다
요즈음 학생들이 집단에서 이유도 모르게 왕따를 당하면 죽음을 선택하는 어리섞은 짓을 심심찮게 듣는다, 꽃순이도 아마 그 지경 이었을 것이고 그래서 스스로 죽음마저 선택할 여지가 없기에 그곳이 두려워 어디론가 정처없는 길이라도 나선 것이 아니었을까?
아풀싸! 이틀후에 외출하려는데 꼬~꼬하는소리가 들려 텃밭을보니 꽃순이는 다시 찾아와서 움크리고 앉아있는것이 아닌가.
얼마를 살다간것이 고마워서 왔을까? 아니면 살고싶어 왔을까?
반가웠다. 찾아온것이 고맙기도 했다 하찮은것인데도 고마움을 아는거 같아서...?
얼른 부둥켜안고 쓰다듬어주며 나는 말했다. "걱정마라 내가 이제부터 네주인이 되어줄께."
그리고 우선 이름부터 지어주기로 마음먹고 이른봄에 왔으니 "봄"이라 할까?
꽃순이라할까? 망서리다 꽃순이로 불러주기로 했다.할아버지댁을 찾아갔다..
그리고 할아버지한테 충분한 보상을하고 꽃순이를 우리집 식구로 입양했다.
그후 좋은 인연으로 꽃순이는 오래도록 우리 곁에 있었다, 이웃집 할머니는 심심하면 밭에서 지렁이를 잡아다 주었는데 꽃순이가 그동안 먹은양이 할머니 말로는 한소쿠리는 될거라 했는데 이 또한 동네 사람들이 흘리고 간 배곱 한소쿠리 만큼 웃을 일이다, 겨울이 두번 지나는동안 꽃신도 여러켤례 갈아 신게 하였다, 봄 여름 가을 겨울 철에맞는 꽃신을, 때로는 꽃무늬 외짝 신발을 만들면서 가엾다는 엉뚱한 생각을 하기도 했지만 행복 했다.
하루에 어떤때는 알을 두개나 낳기도 하여 봄부터 가을까지 계란걱정 하지 않았는데 이젠 시장에 다녀와야겠다. 그러고 보니
계란장수집에 간지도 2년이나 된것같다
꽃신을 신겨 마당 한쪽 양지에 꽃순이를 묻던날이 엇그제 같은데 벌써 한달이 되었다,
잠시동안이지만 행복을 가져다준 꽃순이 !
어떤것이든 인연을 맺어 정을주고 사랑을 줄수있다는것은 神이 인간에게 준 특권이요 선물이다.
비록 하찮은것일지라도 인연은 소중하다는 것을 다시한번 깨닫게 되었다
큰 선물을 주고 간 꽃순이
어떤 인연이든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행. 불행이 달라지는 것은 아닐까?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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