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순이의 사연
/다람쥐
이맘때면 아련한 추억이 머리속에서 맴돈다.
3년전의 일이다.
긴 ㅡ겨울잠에서 깨어 기지개를 펴기에는 아직 이른봄 한나절 무렵 우리집에 손님이 찾아왔다.
돌 담장 옆에 기대여 움크리고 금방이라도 쓰러질듯 기대여있는 모습이 정처없이 아주 머~언 길 을 온것 같았다.
가까이 다가가도 눈 을 꼬ㅡ옥 감고 미동도 하지 않는다.살며시 안아 보았다.
지금까지 생명을 유지한것이 신기할 정도로 깃털과같이 가벼웠고 요리조리 살펴보니
꽁지는 거의 빠져있고 날개는 쳐져 땅에 닿았으며 주둥이 주변은 헐어 있었는데 또다시 나는 화들짝 놀랄수밖에 없었다.
왜냐면...
오른쪽 발목이 잘려나가 뼈에붙은 군살이 지금까지 상이용사로 살아온 기구한 운명을 짐작할수 있었다.
꼬꼬야 !어디서왔니 ?
네 집 이 어디야 ? 어떻게 여기까지 왔어 ?
일방적인 질문을 하는데 꼬ㅡ옥. 꼬 대답속엔 서글픔과 외로움. 배고픔이 들어 있음을 알수 있었다.
어서 집으로 가자.우선 가축병원으로 달려가 약을 처방 (항생제)하고 사료도 한포사서 둘러메고 달려왔다.
우선 꼬꼬가 살집을 쎄쎄미집에서 함께 동거 하도록 했는데 애완견 포메리언 자매는 완강히 거절하여 옆방으로 옮겨 주었다.
이젠 이름을 지어주자.이른봄에 찾아왔으니 봄순이라고 부를까 ?아님 꽃순이라고 할까 ?
꽃순아 ! 꼬오꼭 대답을 한다.
그래.이제부턴 네이름이 꽃순이다.이제 너희집을 찾아줄께 라며 닭을 먹이는집을 찾아다녔다.
꽃순이를 아시나요 ?
그렇게 꽃순이집을 찾아주길 원했지만 알길이 없었다.
그러던 어느날 건너마을 아저씨가 오셨다. 소문듣고 꽃순이를 찾아왔단다.
한편 서훈했지만 주인을 찾았으니 다행이었다.
꽃순아.잘가 ! 부디 행복하여라.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그렇게 보냈는데.....
아풀싸.!
이틀이 지나서 꽃순이는 우리집에 또 찾아왔다.
왜왔어 ! 너 또 찾겠다. 이번엔 내가 데리고 갔다.혼자 사시는 아저씨는 저녁밥을 짓고 있었는데
거기놓고 가라며 손짓으로 말씀하신다.돌아서는 발길이 웬지 섭섭하여 꽃순이의사연을 아저씨에게 물어봤다.
사연인즉 꽃순이는 친구들과 양계장에서 팔려나가는 폐닭이었는데 지나가는 차를세워 몸 보신용으로 댓마리를 샀는데
친구들은 이미 식탁에 오른지 오래고 다음은 꽃순이 차례라했다.
왜...상이용사가 되었는지는 아저씨도 알길이 없다고 했다.
이 애 는 암닭이라 혹시 알이라도 낳을까하여 남겼는데 없애야겠다는 것이다.
많은 사연을 품고 있는 꽃순이.
꽃순아 !
너도 6.25 만났었니 ? 얼마나 아팠니 ?
아저씨. 꽃순이 저에게 주세요
.대답이 없으시다.
입양비는 달라는대로 드릴께요.
다섯마리값 드릴께요 ? 이렇게해서 꽃순이는 한가족이 되었다.
이젠 슬퍼하지 않아도 되고 외롭지않아도 되고 배고프지 않아도 된단다.꽃순아.
춘 삼월.
꽃순이는 행복한 날이 계속 되었구 꽃순이에게도 따뜻한 봄날은 왔다.
텃밭에 나가 꽃순이의 영양식으로 토룡탕을 먹이기로 하고 호미를 들고 나간다.
단백질 풍부한 생고기 ? 도 먹였다.이젠 제법 토실토실하고 몸무게도 많이 늘더니
은혜 값는다고 하루에 한개 아니면 두개의 계란을 잘 낳아 이젠 꽃순이가 나의 건강을 챙겨준다.
하루에 한개만 낳는줄 알았던 상식도 꽃순이가 깼다.
꽃순이가 눈에 안 보인다.
꽃순아 ! 하고 부르면 어디서 절뚝절뚝 잘도 찾아온다.
내가 밖에 나가있으면 꼬가신을 신고 어디서 보고 절뚝절뚝 잘도 달려온다.
그동안 꼬까신을 몇켤레나 만들어 신켠는지 이젠 군살이 새색씨 뒷꿈치같이 보드랍고 예뻐졌다.
행복을 가져다준 꽃순아.
유난히 추운 이겨울에 옷을 거의벗은 너를 보면 네 생명도 얼마남지 않은것 같구나.
네 생명 다하는날까지 너 와 나 신묘년에도 건강하게 잘 살아보자.
너와 나의 인연을 고맙게 생각하며 네가 있는날까지 이 작은 행복을 나누어 가지자구나.알았지...?
2011년 1월13일 꽃순에게 보내는 러브레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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