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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

꽃순이

by 푸름(일심) 2022. 8. 3.

                                                                                  꽃순이

                                                   

                                                                                                 글/ 김선옥

 

 

겨울 추위가 좀처럼 물러서지 않을 것 같은 이른 봄날. 아직 추위를 느끼는 오후 양지바른 돌담 옆에 얼핏 보아 닭인지 새인지 분간 못 할 정도로 뼈만 앙상한 것이 눈 안에 들어왔다. 가까이 다가가 툭 건드리니 꿈틀하고 약간의 미동과 함께 아주 작은 소리를 들으니 닭이었다 아직 살아있었다,

  요리조리 살펴보니 주둥이 주변도 헐어있었다.  살그머니 일으켜 세우자 일어나는 듯하더니 이내 주저앉는다, 깃털이 듬성듬성 빠져있고 축 늘어진 날개 아래 한쪽 발목이 잘려 나갔는데 그 주위는 살이 딱딱하게 굳어있었다

하찮은 동물에게도 어미만의 모성애로 측은한 마음이 들어 가축병원으로 데리고 갔다.

  어떤 연유일까? 저 몸으로 약육강식의 동물 세계에서 개나 족제비와 그 외의 천적과 목숨을 걸고 싸웠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는데 의사가 환히 웃으며 항생제와 함께 건네준다

  극진한 보살핌으로 건강이 점차 회복되어 암탉은 우리 집 식구들의 관심대상이 되었다. 하루가 다르게 살이 오르고 처진 날개 한 쪽도 조금은 파닥이게 되었다. 잘린 발목에 다시 상처가 덧날까 폭신한 천을 겹겹 덧대어 골무 같은 형태의 신발도 만들어 신겨 주었는데 우리 집을 찾는 사람들이 꽃신을 신고 뒤뚱거리며 다니는 암닭을 보고 웃음보를 터트린다

  한 달이 조금 지났을까? 건넛마을에 사시는 할아버지 한 분이 찾아오셨다, 

소문에 한쪽 다리가 없는 꽃신을 신은 닭이 웃동네에 있다 하여 찾아 왔는데 개에게 물려 한쪽 발목이 부러졌진 그 닭이 틀림없는 우리집 닭이라며 가져갔다

그 닭은 무슨 일로 가출 하였었을까?요즈음 사회에서나 학교에서 학생들이 왕따를 당하는 것처럼 꽃순이도

아마 그랬을 것이고 그곳이 두려워 어디론가 정처없는 길이라도 나선 것이 아니었을까?

  며칠 후에 외출하려는데 꼬~꼬하는 소리가 들려 텃밭을 보니 그 닭이 예전에 있던 그곳에  웅크리고 앉아 있는 것이 아닌가. 보낸 것이 못내 아쉬웠는데, 하찮은 것인데도 고마움을 아는 거 같아

찾아온 것이 고맙기도 했다

얼른 부둥켜안고 쓰다듬어 주며 나는 말했다. "걱정 마라 내가 이제부터 네 엄마가 되어 줄게."

 그리고 우선 이름부터 지어주기로 마음먹고 이른 봄에 왔으니 "봄"이라 할까? 꽃순이라 할까? 망설이다 꽃순이로 불러주기로 했다. 그리고 즉시 할아버지를 찾아가 말씀드렸더니

자초지종을 다 들으신 할아버지는 지나가는 폐닭을 싣고 지나가는 트럭 아저씨에게 10.000원에 5마리 사서 4마리 잡아먹고 불구가 된 그 닭 한 마리 남았다고 하신다. 사정을 해서 반강제적으로 10.000원을 손에 건네주고 꽃순이를 데려왔다.

 그 후 꽃순이는 2년 동안 우리 곁에 있었다,  매일 밭에서 지렁이를 잡아다 주었는데 꽃순이가 그동안 먹은 지렁이. 굼벵이는 한 소쿠리는 될것이다. 겨울이 두 번 지나는 동안 꽃신도 여러 켤레 갈아주어야 했다, 봄 여름 가을 겨울 철에 맞는 신을 만들면서 하루하루의 삶이 즐겁고 소박한 행복이었다

  가끔은 하루에 두 개나 알을 낳기도 하여 봄부터 가을까지 달걀 걱정 하지 않았는데...애완견 세라와 함께

한 우리에 가두어 놓고 며칠간 여행을 다녀왔더니 세라가 귀찮게 쫓아다녔는지 비실비실하더니 며칠을 못 견디고 내 곁을 떠나고 말았다.공교롭게도 꽃순이가 죽던 날도 진눈깨비가 오던 이른 봄이다. 우리 집은 키우다 죽으면 묻어주는 동물 묘지가 있다.황돌이. 진순이. 깜순이. 나비.세라. 세미자매가 묻힌 그곳에 꽃순이도 곱게 묻어 주었다. 세라와 세미 그리고 깜순이는 꽃순이도 함께 살았었기에 아마도 그곳에서 만나지 않았을까?

 어떤 것이든 인연을 맺어 정을 주고 사랑을 줄 수 있다는 것은 神이 인간에게 준 특권이요 선물이다.

비록 하찮은 것일지라도 인연은 소중하다는 것을 그리고 사랑은 조건이 없다는 것을 새삼스레 깨달았다.

 인연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행. 불행이 달라지는 것은 아닐까?

 

                               

                                              추신:위에 사진은 주인공 꽃순이입니다.

 

                                                       2015.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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